지난 2000여년간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수 많은 은혜, 아픔, 눈물, 변화, 행복, 성장 그리고 사라짐의 역사를 반복해 왔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들 즉 성도의 모임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모이기 위해서 건물은 필수요소가 되어왔지요. 1세기, 처음 교회의 모습은 가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자연스럽게 유형의 교회 즉 건물의 교회가 지어지고 지금까지 존속되어 오면서 “교회당”은 함께 모여 예배하는 믿음의 공동체에 더 없이 소중한 터전이자 공간이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전세계적인 전염병인 코로나가 지나가면서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땅에 발을 붙이고 살며, 공간과 이동에 제한을 받는 육신을 가진 인간에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교회당이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가치롭습니다. 그 건물에 고스란히 담긴 세월과 기억에 담긴 추억 때문이지요.
지난주에 여러가지 뉴스를 접하면서 “교회당, 예배당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명제를 새삼스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3주전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한국의 포항, 경주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리 중에도 매스컴을 통해 여러가지 참사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 아파하신 분들이 많으셨지요? 그 여러 피해현장 중에, 넘쳐난 물로 인해서 폐허가 되어버린 “경주, 암곡동 일대”는 제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이었습니다. 특별한 재난지역으로 국가가 긴급하게 복구를 돕는 지역으로 지정된 그 곳은, 경주 보문단지를 지나 산을 몇 개 넘어야 도착하는 “왕산부락”이란 곳으로, 허물어져가는 한 교회가 있던 곳입니다. 1980년대 중반, 저의 아버님께서 담임목사로 부임하셔서, 6년간 잃어 버린 영혼들을 위해 불철주야 기도하고 말씀 전하시는 일을 하셨지요. 도시에서 온 젊은 목사부부가 열심을 내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던 동네 사람들도 변함없이 솔선수범하시는 아버님께 마음을 열고, 마침내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예수를 믿고 변화되는 기적들이 일어났습니다.
이후로 암곡교회는 그곳에 흙으로 지어진 교회를 허물고, 벽돌로 현대식교회를 지었습니다. 한국에 교회건축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지요. 당시에 건축할 자금이 부족해서 저희 삼형제의 돌 반지, 한 권사님의 결혼반지가 헌금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인부를 사용해서 돈을 지급해야 하는 공정에는 성도님들이 손수 땅을 갈고, 손수레를 끌며 평탄화 작업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교회 못 짓는다 하지마라, 기도해라!”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기적같이 교회 건물이 완공되었습니다. 경주 암곡부락에 하나님께 “예배당 봉헌 예배”를 드리겠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길게 늘어진 동네 도로 전체가 찾아온 손님들의 차량으로 채워졌던 일이, 시골 소년의 눈에는 마냥 신기해 보였지요. 그렇게 암곡교회는 주일학교, 청소년, 청년, 그리고 성인들이 늘 예배하고, 예수 믿고 구원받는 사역에 열매를 맺는 건물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10여분만이 모여 예배 드리는 곳이 되었고, 그 교회가 힌남노로 인해 침수되었습니다. 이제 부모님과 성도님들이 온 정성을 다해 세웠던 교회당이 허물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음이 아프다고 하기에는 지상교회의 흥망성쇠를 이해하고 있는 우리이기에, 표현이 조심스럽습니다.그러나, 이사야 말씀을 기억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다”(사 40:8).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는 “성도”는, 허물어진 “교회당”이 주는 애잔함을 “교회”라는 본질을 추구하는 열심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엘드림교회는 세대와 민족을 초월해서 주의 영원한 말씀을 전하는, 허물어지지 않는 믿음 공동체로 세워져가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한주도 모두가 최선을 다해 믿음으로 살아내시길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할렐루야!
2022년 9월25일 주일, 백성지 목사 올림.